삼성전자는 사고 SK하이닉스는 7조 매도, 8월 외국인 수급이 갈라진 이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살 때는 두 종목이 순매수 상위에 함께 등장하고, 반도체 비중을 줄일 때는 순매도 상위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두 회사 모두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고, 최근에는 AI 투자 확대와 HBM이라는 공통된 성장 동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8월 외국인 수급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장면이 나타났다.

한 달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거의 팔지 않았다.

오히려 월간 누적으로 보면 약 140억원 순매수다.

같은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면서도 외국인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을까?




좋은 뉴스는 오히려 SK하이닉스에 많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8월에 나온 재료들을 보면 조금 이상하다.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

실적 전망도 좋았고, 여기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까지 발표됐다.

주주환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계속 팔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기타법인 수급이다.

8월 SK하이닉스 기타법인 순매수는 약 8.3조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역시 약 3.1조원의 기타법인 순매수가 들어왔다.


상당 부분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으로 추정된다.

즉 두 회사 모두 시장에 강력한 매수 주체가 존재했다.

그런데 외국인의 행동은 달랐다.

SK하이닉스에서는 외국인이 대규모 물량을 넘겼지만 삼성전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단순히 자사주가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줬다고 설명하기에는 두 회사의 차이가 너무 크다.


힌트는 HBM4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 나오는 전망을 보면 이 수급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 하나 있다.

바로 HBM4 경쟁구도의 변화다.

지금까지 HBM 시장에서 두 회사의 위치는 명확했다.

SK하이닉스는 높은 HBM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프리미엄을 받았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인받았다.

그런데 HBM4에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 수율과 양산성이 개선되고 출하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에 적용되던 HBM 할인 요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의 상황
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SK하이닉스

HBM 압도적 우위
→ 삼성전자 추격
→ 공급자 프리미엄 정상화 가능성

삼성전자

HBM 후발주자
→ HBM4 경쟁력 회복
→ HBM 할인 축소 가능성

여기서 중요한 것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이 갑자기 나빠졌다는 것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HBM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4 공급이 늘어나면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위치에서 누리던 프리미엄의 일부가 낮아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낮추는 정반대의 리포트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에는 SK하이닉스에 없는 사업이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파운드리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매우 크다.

따라서 당장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는 그림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부분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이익을 깎아먹었던 파운드리 사업이 얼마나 개선되느냐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에서는 4나노 가동률이 올라가고 일부 공정에서 웨이퍼 가격 인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HBM 4에 사용되는 로직 베이스다이 수요까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에는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HBM4 경쟁력 회복
+
파운드리 적자 축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약점 두 개가 동시에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실적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추격으로 지금까지 누렸던 HBM 프리미엄이 일부 낮아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 차이가 앞으로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9월 외국인 수급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해질 것 같다

물론 8월 한 달의 외국인 수급만 가지고 두 회사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순매도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9월 수급이 중요하다.

확인할 것은 간단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수급이 다시 같은 방향으로 돌아오는지 보면 된다.

아니면 8월처럼

삼성전자 매수
SK하이닉스 매도

라는 엇갈린 움직임이 계속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만약 9월에도 이런 차이가 반복된다면 8월의 수급 괴리를 단순한 차익실현만으로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때는 외국인이 반도체 업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다르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SK하이닉스가 나빠졌느냐가 아니다.

외국인이 두 회사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가.

9월 외국인 수급에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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