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금리를 올린다는데, 왜 원화는 오히려 강해질까?

최근 원·달러 환율을 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준은 다시 물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까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달러가 강해진다.

그리고 달러가 강해지면 원·달러 환율도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말하면,

미국 금리 상승 → 달러 강세 → 원화 약세

우리가 오랫동안 봐왔던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다르다.

8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1,372.1원까지 내려왔다.

원화 가치로 보면 13개월 만에 가장 강한 수준이다.

미국은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왜 원화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을까?

이번에는 미국만 보면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만 보면 달러가 강해지는 게 맞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미국의 물가를 강하게 경계했다.

미국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7%,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4.1%다.

연준이 원하는 물가상승률은 **2%**다.

아직 차이가 크다.

쉽게 말하면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가 잡혔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는 것이다.

시장도 바로 반응했다.

잭슨홀 이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7% 수준까지 올라갔고, 미국 2년물 국채금리도 **4.33%**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 역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반대편에 있는 한국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한국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

과거 원화가 약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였다.

미국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안 한국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 → 3.00%

로 올렸다.

7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 인상이다.

미국만 금리를 올리는 상황과 미국도 금리가 높고 한국도 금리를 올리는 상황은 다르다.

원화를 약하게 만들었던 힘 하나가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다.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6% → 3.3%

로 크게 높였다.

2027년 전망도

2.1% → 2.9%

로 올렸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반도체다.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강하고 수출이 늘면서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률 전망까지 올라가고 있다.

환율 입장에서 보면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

수출이 잘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

모두 원화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그래서 지금의 원화 강세를 단순히 “달러가 약해져서 원화가 올랐다”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원화 자체가 강해질 이유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많이 팔면 왜 원화가 강해질까?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부분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에 반도체를 팔면 달러를 벌어온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한국으로 들어오는 달러도 많아진다.

그런데 국내에서 공장을 짓고 장비를 사고 투자하려면 원화가 필요하다.

결국 기업들은 벌어들인 달러 가운데 일부를 팔고 원화를 사게 된다.

그래서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다.

반도체 수출 증가

한국으로 달러 유입

국내 투자 증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삼

원화 수요 증가

국제금융협회(IIF)가 한국의 반도체 호황과 국내 투자 확대를 원화 강세의 이유 중 하나로 보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환율이 조금 다르다

지금 환율에서는 두 개의 힘이 부딪치고 있다.

한쪽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물가 부담 → 금리 인상 가능성 → 달러 강세

반대쪽에는 한국이 있다.

반도체 호황 → 수출 증가 → 성장률 상승 → 금리 인상 → 원화 수요 증가

예전에는 미국 쪽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원화가 약해지는 모습이 비교적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쪽에서도 원화를 끌어올리는 힘이 생겼다.

그래서 달러인덱스가 오른다고 원·달러 환율도 반드시 같이 올라간다고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에는 좋은 걸까?

여기서 투자자라면 한 가지가 더 궁금해진다.

원화가 계속 강해지면 한국 주식은 어떻게 될까?

나는 지금과 같은 이유로 원화가 강해지는 것이라면 한국 증시에 나쁘지 않다고 본다.

먼저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을 사기가 조금 편해진다.

한국 주식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달러로 바꿨을 때 수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원화가 강해지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항공·음식료·유틸리티처럼 해외에서 원료나 에너지를 사오는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나쁜 것 아닌가?

물론 원화 강세만 떼어놓고 보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에서 똑같이 100달러를 벌어도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로 바꿨을 때 받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화가 강해지는 이유를 같이 봐야 한다.

반도체가 안 팔리는데 원화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도체가 잘 팔린다 → 수출이 늘어난다 →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 → 원화가 강해진다

는 흐름에 가깝다.

환율만 보면 수출기업에 부담이지만, 그 환율을 움직이는 원인이 강한 반도체 수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화가 왜 강해지느냐다

나는 지금 원화 강세에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단순히

원화 강세 = 수출주 악재

라고 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한국 증시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수급 회복

+ 내수·수입주 비용 감소

+ 반도체 호황 지속



이라는 세 가지를 동시에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미국 물가가 다시 크게 오르거나 연준이 예상보다 강하게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이제 원·달러 환율을 볼 때 미국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이 매파적인데도 원화가 강해지고 있다면,

이번에는 달러가 왜 오르는가보다 원화가 왜 강해지고 있는가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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