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기다리는 사람이 유리하다, 버핏이 말한 ‘삼진 없는 투자’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흥미로운 숫자가 하나 나왔다.

8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올해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고 답한 432명에게 투자 성과를 물었다.

결과는 거의 반반이었다.

이익을 봤다 42%

손실을 봤다 40%

본전이다 17%

같은 해, 같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했는데 결과는 완전히 갈렸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돈을 번 사람과 잃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어떤 종목을 골랐는지가 중요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숫자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매수가격이다.



좋은 회사라고 아무 가격에 사도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기업을 찾게 된다.

실적이 성장하는 기업,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기업, 앞으로 산업 자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찾는다.

그런데 좋은 기업을 찾아냈다고 투자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분석한 기업의 적정가치가 10만원이라고 해보자.

주가 역시 10만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좋으니 바로 사야 할까?

여기서 한 번 더 가격을 나눠본다.

10만원 → 적정가치

8만원 → 안전마진 20%

7만원 → 안전마진 30%

6만원 → 안전마진 40%

적정가치보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내가 틀렸을 때 버틸 수 있는 공간이 커진다.

이것이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안전마진은 싸게 사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흔히 예상 EPS와 적정 PER을 이용한다.

문제는 여기서 예상 EPS라는 단어다.

아직 벌지 않은 돈이다.

기업 분석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예상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산업 환경이 바뀔 수도 있고 경쟁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기침체가 찾아올 수도 있다.

PER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오늘 20배를 인정해줬다고 내년에도 반드시 20배를 인정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기업가치에는 언제나 오차가 존재한다.

그래서 안전마진은 정확한 바닥을 맞히는 공식이라기보다,

내 분석이 틀릴 가능성까지 가격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벤저민 그레이엄 이후 안전마진이 가치투자의 중요한 원칙으로 계속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계산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가 있다

적정가치가 10만원이고 내가 원하는 매수가격을 7만원으로 정했다고 해보자.

현재 주가는 8만원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다음 날 8만5천원이 된다.

며칠 뒤에는 9만원을 넘어간다.

뉴스에서는 연일 호재가 나오고 커뮤니티와 SNS에는 수익 인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순간 생각이 바뀐다.

“7만원은 안 오는 것 아닐까?”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처음 세웠던 기준을 버리고 9만원에 따라 들어간다.

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계산한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어려울 때가 있다.


거래를 많이 한다고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Barber와 Odean은 6만6,465가구의 주식 거래 기록을 분석한 유명한 연구를 발표했다.

여기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투자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1.4%**였다.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은 **17.9%**였다.

열심히 사고팔았지만 오히려 시장보다 낮은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 연구가 모든 투자자에게 무조건 거래를 줄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생각해볼 만하다.

투자에서는 많이 움직이는 것과 좋은 결과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투자 판단이 될 수 있다.

출처: Barber, B. M. & Odean, T. (2000),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 The Common Stock Investment Performance of Individual Investors”, The Journal of Finance, 55(2), 773–806.



워런 버핏은 이것을 야구에 비유했다

버핏이 투자와 야구를 비교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야구에서는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가 계속 쌓이면 결국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다르다.

주식시장에는 삼진이 없다.

오늘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퇴장당하지 않는다.

이번 달에 주식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고 점수가 깎이지도 않는다.

100개의 종목이 지나가도 내가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전부 보내도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기업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방망이를 휘두르면 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나는 매수가격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정확히 7만원이 오면 사고 7만100원에는 사지 않는 식으로 투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가격보다는 구간을 정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적정가치를 10만원으로 계산했다면,

10만원 부근 → 서두를 필요 없는 구간

8만원 부근 → 관심을 높이는 구간

7만원 부근 → 분할매수를 검토하는 구간

6만원 부근 →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한 구간

이렇게 미리 행동 기준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주가가 갑자기 움직여도 판단하기가 조금 쉬워진다.

오늘 나온 뉴스 한 줄이나 시장 분위기보다 내가 미리 계산한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보다 먼저 수익의 확률을 생각한다

투자하면서 항상 최고 수익률을 기록할 수는 없다.

바닥에서 사고 꼭대기에서 파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안전마진을 두는 목적도 바닥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아니다.

내 예상이 조금 틀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격에 사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수익이 날 확률을 내 쪽으로 조금이라도 가져오는 것이다.

좋은 기업을 찾았다고 바로 투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좋은 기업이 좋은 가격까지 내려왔을 때 투자해도 된다.

그 가격이 끝까지 오지 않는다면?

그냥 보내주면 된다.

주식시장에는 오늘 놓친 공 하나 때문에 삼진을 당하는 규칙이 없다.

다음 기업도 있고 다음 기회도 있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능력은 좋은 종목을 찾아내는 능력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투자자의 수익률을 지켜주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출처

  • 한국갤럽, 8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조사

  • Barber, B. M. & Odean, T. (2000),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 The Journal of Finance 55(2), 773–806

  • Benjamin Graham, The Intelligent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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