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용인에 짓는 반도체 클러스터 규모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메모리 공장은 충분한 것 아닌가?”
그런데 SK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국내에 공장을 더 짓는 것만으로 부족해 미국을 보고 있고, 이제는 일본 키옥시아와 공동생산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메모리 가격이 올라가면 증설하고, 공급이 늘어나면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게 우리가 익숙했던 반도체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SK가 걱정하는 것은 과잉공급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더 가까워 보인다.
2030년까지 20%가 부족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
지난 3월 최태원 회장은 GTC 2026에서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나는 20%보다 2030년이라는 숫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AI 때문에 갑자기 주문이 늘었다고 내년에 공장을 20% 더 만들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웨이퍼 생산능력을 새로 확보하는 데만 4~5년이 걸린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결국 지금 주문이 늘어도 공급은 몇 년 뒤에야 따라온다.
AI 투자 증가
→ 메모리 주문 증가
→ 기존 공장으로 부족
→ 신규 Fab 건설
→ 4~5년 후 생산능력 증가
이렇게 되면 기존 메모리 사이클과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
가격이 오른다고 공급이 바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용인에 그렇게 짓고도 부족하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공장을 짓는다고 바로 메모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부지와 전력, 용수부터 확보해야 하고 공장을 건설한 뒤 장비를 반입하고 실제 양산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공장을 지을 것인가?” 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라인을 계속 증설하더라도 현재 속도로는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SK 입장에서는 한국만 볼 이유가 없다.
용인 → 미국 → 일본 생산할 수 있는 곳을 동시에 찾는 것이다.
일본 얘기가 중요한듯
이제 최태원 회장이 왜 키옥시아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이해된다.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중요한거보다, 시간을 사려는 것이다.
새로운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전력부터 용수, 부지, 인력, 장비까지 전부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키옥시아가 있다.
공장이 있고, 반도체 인력이 있고, 소재·부품·장비 업체도 있다.
국내 증설만으로 부족해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용인 + 미국 + 일본 은 단순한 해외진출 이야기가 아니다.
SK가 몇 년 뒤 생길 생산능력을 하루라도 앞당기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투자자는 반대로 생각하는게 좋다
중요한건, SK하이닉스가 공장을 계속 늘린다고 해서
“AI 메모리는 앞으로 계속 부족하다.”
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오히려 반대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증설이 언젠가는 공급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이번 메모리 호황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 하락 → 실적 악화 → 주가 하락
을 많이 봤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앞단을 봐야 한다.
여기까지 가면 그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볼 숫자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이클을 볼 때 공급 부족률을 가장 먼저 확인할 생각이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전망은 현재 2030년까지 20% 이상 부족.
그런데 앞으로 이 전망이 20% → 15% → 10% → 5% 로 빠르게 내려오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아무리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좋고 HBM 판매가 잘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반대로 공장을 그렇게 짓는데도 20% → 20% → 20% 가 유지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결국 일본까지 보는 이유
최태원 회장의 일본 발언을 한일 반도체 협력 뉴스로 보지 않는다.
용인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고 미국까지 가는데도 생산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기존 반도체 공장과 생태계가 있는 일본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도 일본 공장이 실제로 생기느냐가 아니다.
“그렇게 공장을 늘리고도 메모리가 계속 부족한가?”
앞으로 이것만 확인하면 된다. 부족하다면 이번 사이클은 생각보다 길어진다.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과거 우리가 수없이 봤던 메모리 사이클을 다시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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