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미국 증시가 약하다.”
통계를 보면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에는 평년보다 변동성이 컸고, S&P500의 평균 최대 낙폭도 상당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실과 중간선거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최근 세 번의 중간선거였던 2014년, 2018년, 2022년을 다시 살펴봤다.
중간선거가 오면 대통령의 힘부터 약해졌다
먼저 선거 결과에는 상당히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2018년 트럼프 1기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공화당이 하원을 가져갔다.
세 번 모두 형태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의회 장악력이 중간선거 이후 약해졌다.
2026년도 비슷한 방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하원을 잃는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의석을 잃는 것은 미국 정치에서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는 실제로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주식시장을 살펴보니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꽤 큰 조정이 있었다.
2014년에는 유럽 경기둔화 우려와 에볼라 확산 공포가 겹치면서 S&P500이 고점에서 약 10% 하락했다.
2018년은 훨씬 강했다.
Fed의 긴축과 미중 무역전쟁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면서 S&P500은 고점에서 저점까지 약 20% 가까이 떨어졌다. 최종 저점은 중간선거가 끝난 뒤인 12월에 나왔다.
2022년에는 40년 만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문제였다.
S&P500은 상반기에만 20% 넘게 하락했고, 최종 저점은 중간선거 직전인 10월에 형성됐다.
겉으로만 보면 확실히 이상하다.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마다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정말 선거가 원인이었을까?
여기서 시점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시장이 두려워했던 것은 선거가 아니라 유럽 경기와 에볼라였다.
2018년에는 Fed와 미중 무역전쟁이었다.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였다.
즉,
중간선거가 있어서 악재가 생긴 것이 아니다.
각각 다른 경제·정책·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했고 시장이 그것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조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우연히 그 시기가 중간선거와 겹쳤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하다.
과거 통계에서
“중간선거 해에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라는 결과를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중간선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
라는 결론으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26년은 다를까?
올해도 아무 일 없이 지나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강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이란 전쟁이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다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물가가 올라가면 Fed가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어려워진다.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 기대도 뒤로 밀렸다.
그 과정에서 S&P500은 고점 대비 약 9% 조정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과거 중간선거 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후가 달랐다.
시장이 너무 빨리 회복했다.
약 9%의 하락을 11거래일 만에 되돌렸고, 현재 S&P500은 다시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다.
전쟁이라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주가가 다시 올라왔다는 것은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보다 AI 투자 확대와 기업 이익 성장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월 저점이 올해 저점이었을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유는 과거 큰 조정을 다시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약 20% 하락에는 Fed 긴축과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강력한 조합이 있었다.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과 역사적으로 빠른 금리인상이 있었다.
큰 하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26년도 이미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상당한 충격을 한 차례 겪었다.
그런데 시장은 이를 빠르게 흡수했고 다시 고점으로 올라왔다.
따라서 여기서 다시 2018년처럼 20%에 가까운 하락이 나오려면 현재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추가되거나, 이미 존재하는 위험이 훨씬 심각해져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악재가 꼭 새로운 사건일 필요는 없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여전히 미국·이란 전쟁이다.
전쟁이 다시 격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쟁 확대 → 국제유가 상승 → 물가 재상승 → 미국 장기금리 상승 → Fed 금리인하 지연 → 기업 이익 부담
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전쟁 뉴스 자체보다 전쟁이 경제에 어떤 숫자로 나타나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간선거까지 앞으로 확인할 것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미국·이란 전쟁과 국제유가.
둘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셋째, 미국 인플레이션.
넷째, AI 투자와 기업실적.
나는 이 네 가지 가운데 특히 유가 → 물가 → 금리가 연결되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중간선거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2014년, 2018년, 2022년을 다시 살펴보고 나니 오히려 결론은 단순해졌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 증시가 흔들렸던 것은 맞다.
하지만 시장을 실제로 흔든 것은 선거 결과 그 자체가 아니었다.
경기침체 우려였고, 무역전쟁이었고, 인플레이션이었으며, Fed의 금리정책이었다.
2026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경제와 주식시장에 100%는 없다.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되거나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와 장기금리까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면 판단을 바꿔야 한다.
반대로 이런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AI 투자와 기업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면 중간선거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3월 저점이 올해의 중요한 저점이었을 가능성, 그리고 중간선거 이후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결국 앞으로 봐야 할 것은 선거 결과가 아니다.
유가가 다시 뛰는지, 금리가 다시 올라가는지, 그리고 기업실적이 꺾이는지다.
이 세 가지가 버틴다면 여전히 하락보다 상승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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