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면 요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당연한 생각이다.
그런데 8월 26일 NVIDIA가 발표한 실적을 보고 나서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주가가 비싼 게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과거 반도체 사이클의 기준으로 두 회사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NVIDIA 실적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도 매출 자체가 아니었다.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요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GPU뿐 아니라 HBM·DRAM·CPU·네트워크까지 동시에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NVIDIA 매출 962억 달러보다 놀라웠던 숫자
NVIDIA의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962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약 921억7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7% 증가했다.
그런데 더 눈에 들어온 건 다음 분기다.
NVIDIA가 제시한 매출 가이던스는 1,080억 달러.
시장 예상치 약 1,042억 달러보다 높다.
이제 NVIDIA는 사실상 분기 매출 1,000억 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NVIDIA는 다음 회계연도 FY2028 매출 성장률을 약 **70%**로 전망했다.
기존 월가 예상은 약 44%였다.
최근 NVIDIA의 덩치를 생각하면 70%라는 숫자는 상당히 크다.
그래서 여기서 최근 시장이 던지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I 사이클 피크아웃 아니야?”
“금리 높은데 빅테크가 이 CAPEX를 언제까지 늘릴 수 있어?”
“FCF까지 줄어드는데 AI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까?”
분명 합리적인 걱정이다.
하지만 이번 실적에서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성장률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라면?
팔 물건이 부족해서 70% 성장하는 것과
살 사람이 줄어서 70% 성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제 NVIDIA를 GPU 회사로만 보면 안 된다
여기서 Rubin을 봐야 한다.
과거 AI 투자의 공식은 비교적 간단했다.
AI 성장 → GPU 필요 → NVIDIA 수혜
하지만 Rubin부터는 구조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Vera Rubin NVL72 시스템에는
72개의 Rubin GPU
36개의 Vera CPU
그리고 HBM, NVLink 6, ConnectX-9, BlueField-4, Spectrum-X/Spectrum-6 등이 함께 들어간다.
하나의 GPU를 빠르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GPU·CPU·메모리·네트워크를 하나의 거대한 AI 시스템으로 묶는 구조다.
그래서 NVIDIA도 점점 GPU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설계하는 회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GPU만 충분하다고 시스템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GPU + HBM + DRAM + CPU + 네트워크 + 패키징 + 전력
여기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전체 시스템 출하가 영향을 받는다.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병목도 함께 넓어진다는 뜻이다.
HBM만 보면 이번 사이클의 절반만 보는 이유
여기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 몇 년간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의 핵심은 사실상 HBM이었다.
누가 NVIDIA에 HBM을 공급하느냐.
HBM 점유율이 얼마나 되느냐.
HBM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느냐.
시장의 관심도 대부분 여기에 집중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HBM만 봐서는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HBM뿐 아니라 일반 DRAM까지 공급 여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NVIDIA 입장에서도 Rubin GPU를 많이 생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시스템에 들어갈 충분한 메모리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결국 AI 인프라 투자가 커질수록 메모리 업체의 역할도 커진다.
그래서 지금의 메모리 부족을 단순히
“HBM이 잘 팔린다”
정도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 데이터센터 전체가 요구하는 메모리의 양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 Agentic AI가 남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붙는다.
Agentic AI다.
지금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단순하다.
사람이 질문한다.
AI가 계산한다.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Agentic AI는 다르다.
사람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일만 알려주면 AI가 그 일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나누고 실행한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경쟁사 실적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만들어줘.”
라고 하면 끝이다.
AI가 자료를 찾고, 데이터를 읽고, 계산하고, 필요하면 코드를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시 수정해서 최종 결과를 만든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AI는 시작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기존에는
사람 1명 → 질문 1개 → 추론
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람 1명 → Agent → 수십~수백 개 작업 → 반복 추론
으로 바뀐다.
사람이 AI를 한 번 사용했다고 해서 컴퓨팅도 한 번만 발생하는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Agent가 늘어나면 GPU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여기가 중요하다.
Agentic AI가 확산되면 필요한 건 GPU 하나가 아니다.
GPU는 모델의 추론과 학습을 담당한다.
HBM과 DRAM은 모델과 데이터, KV Cache 등을 처리한다.
CPU는 검색·코드 실행·도구 호출·작업 조율 등을 담당한다.
네트워크는 수많은 GPU와 CPU를 하나의 AI Factory처럼 연결한다.
결국 하나의 요청이 수십 개의 작업으로 바뀌면 그만큼 AI 인프라 전체의 사용량이 증가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AI 사이클을
AI 증가 → GPU 증가
하나로만 봐서는 안 된다.
조금 더 길게 봐야 한다.
Agentic AI 확산
→ 추론량 증가
→ GPU 증가
→ HBM·DRAM 증가
→ CPU 증가
→ 네트워크 증가
AI가 발전할수록 필요한 반도체의 종류와 양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다.
그래서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시 보자.
AI 시대 초반에는 HBM 경쟁력이 가장 중요했다.
앞으로도 HBM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DRAM 공급 부족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AI 서버가 늘어나고 Agentic AI가 확산될수록 메모리 사용량 자체가 커진다.
여기에 Rubin 전환까지 겹친다.
결국 NVIDIA가 GPU와 AI 시스템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도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메모리 업체에 중요한 건 단순한 출하량 증가만이 아니다.
공급자와 구매자 중 누가 가격 결정력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메모리가 남아돌면 고객이 가격을 결정한다.
반대로 고객들이 물량 확보를 걱정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얼마나 싸게 살까?”
보다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가 중요해진다.
메모리 업체의 이익이 크게 움직이는 것도 바로 이런 구간이다.
그런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이미 많이 올랐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남는다.
“그래서 좋은 건 알겠는데,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맞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거처럼 짧은 기간에 몇 배씩 폭등하는 구간은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주식은 성장기와 안정기의 움직임이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한 가지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PER 3~7배 수준에 가둬놓았던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평가 방식이다.
메모리 업체가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호황이 오면 생산을 늘린다.
공급이 늘어난다.
가격이 떨어진다.
이익이 급감한다.
그리고 다시 감산한다.
우리가 너무 많이 봐왔던 반도체 사이클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Agentic AI → 연산량 증가 → GPU 증가 → HBM·DRAM 증가 → 메모리 공급 부족
이 구조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실적을 지금 보이는 숫자만 가지고 계산해서는 안 될 수 있다.
이번 사이클이 끝나는 신호는 하나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볼 것도 명확하다.
AI 수요가 꺾이는가.
AI 수요가 꺾이고 빅테크 CAPEX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가격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과거 사이클의 논리가 다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라면?
AI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번 사이클을 과거와 똑같은 잣대로 평가할 이유는 점점 줄어든다.
지금 문제는 수요 부족이 아니다.
공급 부족이다.
그리고 그 공급 부족의 한가운데에
HBM과 DRAM이 있다.
그래서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볼 때 단순히
“많이 올랐다.”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시장이 아직도 과거 반도체 사이클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느냐다.
AI 수요가 꺾이면 이번 사이클도 끝난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다면,
이건 우리가 봐왔던 반도체 사이클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처음 보는 반도체 사이클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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